김성래展 / KIMSUNGREA / 金星來 / mixed media

초대일시_2017_1208_금요일_06:00pm

장소_무국적아트스페이스 mugookjuk Art Space

01:00am-7:00pm (휴관 없음)

검은물

 

물은 겨울을 담고 있었지만 봄이라 여기던 계절.

사람들은 배를 타고 검은물을 건너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너무나 가볍게 삶과 죽음이 한 선상에 있어서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줄다리기하듯 쉽게 왔다 갔다 하는지도 모른다.  

사는 게 죽음 같은 사람들도 있고,

죽는 게 삶 같은 사람들도 있고,

나에게 죽음은 죽음과 키스를 나누는 뭉크의 소녀처럼

서로를 격하게 끌어당기는 슬픔 같은 거였다.  

우울증도 그렇다.

깊이깊이 꺼져있던 몸이

찰나의 순간에 끈을 놓아버리는 것 같은... 

그리스의 태양을 그리워 한 것은 그래서인가 보다.

죽음보다 삶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인가 보다. 

천국에서의 산해진미보다 가난한 지상에서 친구와 나누는 소주 한 잔의 맛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한 것처럼.

어느 순간 넘어가지 않게 지지해주고 있어야 한다.  

이제 말하라. 나를 부른 이유를.

나는 온몸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

2017. 12

김성래

전시서문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족들은 행렬 속에서 길을 잃고, 집은 녹슬고, 사람들이 남긴 잔해는 고요하다

파도는 치고, 뉘우침도 원망도 무엇 하나 도드라지지 않는, 광기다

 

안녕하세요? 김성래는 안부를 묻는다

이는 세월호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사고 테러로 인하여 사람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리라

이와 같은 희생은 산업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기득권을 향한 이기심이 만들어 낸 결과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간경시현상이 그 원인이다

 

김성례의 인간회복에 대한 관심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새로운 인간주체를 회복하려는 예술가들과 비견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 전쟁으로 인한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성래는 현시대를 살면서 무고한 희생에 대해 깊이 바라본 사람으로, 이를 자신의 작업 과정에서 구체화하였다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가 병행되는데 회화작품은 주로 희생자들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고, 조각과 설치는 과거와 현재 또는 현재와 미래에 두고 있다

 

작품들은 분노하고, 그들이 살던 흔적을 연민하며, 긍정과 부정의 검은 눈으로 미래를 불안해하지만, 결국 판타지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른바 정-반의 이극대립적인 지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지향성은 삶과 죽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부와 빈곤, 전쟁과 평화, 등 반대 개념이 함께 공존하며,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 하는 것이다

 

또한 조각 작품 소녀들은 검고 동그란 눈을 가졌는데, 검고 동그란 눈은 행복도 될 수 있고, 깊은 수렁도 될 수 있으며, 슬픔 분노 희망 등 그 무엇도 될 수 있으므로, 바라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해석여부가 꽤나 넓다고 할 수 있다

 

김성래 작품이 서사적 구조를 띄는 것도 바로, 해석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이며, 작품에서 주는 영감이 인간의 희로애락을 닮아있다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성래 작품의 또 다른 특이점은, 겉으로 보기에 다변해 보이지만 실은, 인간회복을 지향하는 단일대오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작품을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생명에 대한 인식의 틀을 다시 생각하게 함으로서, 작품들은 비로소 미학적 관심과, 의미변용, 사회적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생명력은 김성래의 진정성, 즉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객관 현상이 김성래 자신의 주관 현상으로 나타나는데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중략-

 

산 자들은 지금도 그 슬픔의 주인공이 자신일 수도 있는 오늘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도 산 게 아닌 채, 산 자와 망자의 사이 어딘가에서 불안하게 서성거립니다

매일 시끄러운 뉴스 사이에서, 그 후에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식은 없었습니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피폭된 사람들과 테러 당한 아이들, 전쟁과 오염된 환경에 버려진 사람들... 멀리서 그들이 보내는 안부를 받습니다

 

<김성래 작업노트 중>

이와 같이 김성래의 대상에 대한 공동체의식이야 말로 이성적 판단을 초월하는, 이른바 환상적인 사유구조를 이끌어내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끊임없이 타자문제를 김성래 자신의 문제로 감정이입(Empathy)하여 얻어낸 결과이며,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작업을 통하여 희생자들이 처한 현실을 걱정하는, 이른바 자신의 감정을 투과하여 동일시하려는 진정성이야말로, 김성래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절망하거나, 절망이 지나간 다음

아무도 없는 마을을 지나다

그림자와 놀았고

팽목항에 나가 수평선을 바라보다

오늘은 잠만 잤습니다

버려진 인형, 수풀우거진 건물, 말라비틀어진 욕실, 생사 모를 사람들 ......

그림은 기름범벅이고

사람들은 이목구비를 잃다

 

위와 같이 김성래의 사유공간을 유추하다 보면 사물과 사람이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계들은 모두 의미체계를 연결하고 있으므로

작품 속 사물은 소유물로서 사물이기 보다

사람을 연민하고 추억하고 불러내는, 주어개념으로서 사물이 되는 것이다

김성래 작품에서 유독 사물이나 그 흔적, 건물소재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사물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전시 제목인 검은물은, 설치작품과 함께 미디어를 통해 검은 파도를 보여주는데,

쉴 새 없이 밀려오는 검은 파도는 희생자들의 고통과 암담한 현실을 담아내면서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 즉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전시의 정점(peak)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로 갑시다, 이 도시는 거대한 수렁 이예요, 손을 흔들면 수렁에 빠진 사람이 나올 까요

 

김성래는 인간회복에 대하여 고민하고, 나아가 극복할 대상도, 맞이할 미래도 우리 자신임을, 작품을 통해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만욱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47-19(와우산로 27길)  우편번호 0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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